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저

문학동네 | 12,000 원




신경숙 작가는 보통 우리에게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로 굉장히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엄마를 부탁해'는 읽어보지 못했다.

내가 신경숙 작가의 작품 중 이전에 읽었던 것은 '어디선가 나를 찾은 전화벨이 울리고'가 유일했는데

이 작품이 여간 우울한 것이 아니었다.


첫 인상이 오래간다는데 나에게 있어서 신경숙 작가는 무거운 이미지로 깊게 박혀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절대로 쉽게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도 해줬었건만.....)


그런데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민트색 귀여운 표지를 가진 신경숙 작가의 책을 발견했다.

짧은 소설. (단편 소설이라는 말보다 더 예쁨!!!!!)

제목도 뭔가 예쁜게 맘에 들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초승달에게, 반달에게, 보름달에게, 그믐달에게, 총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내용들이 대체로 귀엽고 위트있되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다.


개인적으로 짧은 소설은 기 - (ㅅ/스/승 - ) 결 로 이루어진 것 같아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건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속 뜻을 못 알아챈건지 이해가 안되는 그런 류의 소설들은 아니다.

쉽게 호로록 호로록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더라.


날씨 좋은 오후에 카페에서 혼자 앉아서 읽고 싶은 책!




**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


그런데 너는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좋다고 분명히 말했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줄곧 그림을 그리면서 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지.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고.

그날 네가 예뻐 보였던, 그리고 부러웠던 이유가 그 말에 있었다.

네 입에서 무엇무엇을 하며 살면 행복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너를 수정해야 했어.

너를 어리게만 봤던 게 미안했다.

비록 첫 번에 실패해 재수를 하지만 너만할 때 분명한 꿈을 가지고 있기도 쉽지 않은 일이란다.

그래서 부럽기도 했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네 앞날이 말이다.

본문 27페이지 '하느님의 구두' 中


살아오는 동안 어느 세월의 갈피에서 헤어진 사람을 어디선가 마주쳐 이름도 잊어버린 채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을 때,

그때 말이야.

나는 무엇으로 불릴까? 그리고 너는?

본문 37페이지 '너, 강냉이지!' 中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본문 97페이지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 中


-N... 어젯밤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어쩌면 큰 힘이 되어줄지도 몰라.

 이제 겨우 우리가 서른인데 말이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이 세상일이 힘겨울때면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뱀도 먹은 년이다.

정피디는 아주 진지했다. 어제 밤새도록 생각해낸 말인 모양이었다.

본문 122페이지 '인생 수업' 中


할머니4 : 근데 예수가 누구꼬?

잠시 잠잠했다.

할머니5 : 글쎄... 모르긴 해도 우리 며늘애가 자꼬 아부지. 아부지, 해쌌는 거 보이 우리 사돈영감 아닌가 싶네.

Y는 더는 참지 못하고 진료의자 위에서 벌떡 일어나 배를 싸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Y가 몸을 일으키며 휘저은 손가락에 치과의사가 쓰고 있던 마스크가 훌렁 벗겨졌다.

마스크에 가려져있던 의사도 웃느라 입이 귀밑까지 올라가 있었다.

본문 205페이지 '사랑스러운 할머니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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